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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 4화

'신민경의 몸 상태에 따라 노트의 능력이 향상됩니다.'


지혜는 민경의 항목을 보았다. 민지와 크게 다를 것 없이 중요한 정보는 전부 가려져있어 적힌 내용으로 그녀의 약점을 잡거나 하는건 불가능해보였다.


"적을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어보이고.."


게다가 민지와 마찬가지로 처음에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죽어' 라고 적어봤지만 너무 심한 내용이라고 인식됐는지 금방 지워져버렸다. 결국 최민지와 다름없는 수준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뜻이였다.


"몸 상태..라는건 건강해지게 하라는건가? 내가 신민경을?"


최악의 가정이였다. 신민경에게 증오가 쌓인 지혜는 최민지와 마찬가지로 어떻게든 그녀를 망가뜨리고 싶었다.


"좆까는 소리하네. 내 마음대로 할거야."


노트의 능력이 얼마나 큰지 모르겠지만 이정도만 해도 민경을 망가뜨리기에 충분했다.







(암시)

본 항목은 한 대상당 최대 3개의 항목만 적을 수 있습니다. 암시의 내용은 하루(24시간)동안 지속됩니다. 지속이 끝난 항목은 지워집니다.

암시대상:신민경

1.노출이 심한 옷이 땡긴다.

2.털 정리를 깜박한다.

3.점심식사를 많이 먹고싶어진다.


너무 강한 암시의 내용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신민경의 몸 상태에 따라 노트의 능력이 향상됩니다.






'아직 아침이니까 늦지 않았을거야.'

휴대전화를 열어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민경은 오늘 아침 8시40분쯤에도 지혜에게 연락을 한 상태였다. 시간으로 추측컨데 지금 시간이 10시니까 민경은 슬슬 나갈 준비를 하고있을거라 생각한 지혜는 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암시를 적었다.


정확한 암시를 위해 민경이 지금 뭘 하고있는지 보고싶었지만 지혜는 방금 전까지 민지의 몸에 들어갔다 온 상태였고 능력을 연달아 사용하면 이후 일상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몸이 피로해지기에 일단 체력을 채우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만나는 방법 밖에 없겠네."


정말 싫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가면을 쓸 때였다. 지혜는 휴대전화를 켜 민경이 보낸 메시지에 답장을 보냈다.


'이따 점심먹고 봐. 1시에 이야기 좀 하자'


답장을 보내고 얼마지나지 않아 곧바로 메시지가 왔다. 민경 역시 계속 신경쓰고 있었던 것 같았다.


'괜찮아? 오키오키 이따 OO카페에서 보자!'


"후우.."

약속을 잡은 지혜는 씻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곤 차가운 물로 피로를 씻어냈다.








'노트는 괜히 챙겼나?'

잠시 후 약속시간에 맞춰 미리 카페에 도착한 지혜는 창가 적당한 자리에 앉아 생각했다. 신기한 능력이 있는 노트를 괜히 집에 놔두고 싶지 않아 가방에 챙겨왔지만 막상 또 가져오니 부피도 크고 괜히 신경쓰여 후회하는 중이였다.


'그래도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것 보단 이게 낫겠지..'


찝찝한 마음에 가방에 손을 넣고 노트를 꺼내려던 때였다.


"지혜야!"

"읏?!"


민경의 목소리가 들리자 깜짝 놀란 지혜는 황급히 노트를 다시 가방에 집어넣었다. 도착한 민경은 손을 흔들며 지혜가 있는 자리로 다가왔다.


"미안해 기다렸어?"

"아, 아니.."


생긋생긋 웃으며 오는 민경이였지만 지혜의 시선은 그녀의 얼굴이 아닌 몸에 자연스레 가있었다.


'뭐야 저 꼴은?'


흰색 민소매 끈나시에 돌핀팬츠를 입고 온 민경은 배를 다 드러내고 있었다. 민경은 대답없이 쳐다만 보는 지혜를 이상하게 생각하며 그녀를 다시 불렀다.


"지혜야?"

"어? 아니 나도 별로 안기다렸어. 이리 와서 앉아"


내심 노출 높은 옷을 적을 때 속옷차림 수준을 생각했던 지혜였지만 아마 암시가 걸리는 단계에서 너무 심한 수준까지는 걸러졌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듯 했다. 물론 지혜같이 준비 안된 사람들이 이렇게 입으면 꼴불견이라고 보일 복장이지만 예쁜 민경에겐 아니였다.


'쯧, 실수했나?'

아쉬운 마음에 혀를 차며 지혜는 민경에게 말했다.


"걱정했지 미안해. 연락을 볼 정신상태가 아니였어."

"응? 아냐 나도 그럴거라 생각했어. 괜찮아?"


겉으로는 굉장히 안타까워하는 표정이였지만 전날 민경이 했던 말을 알고있기에 가식처럼 느껴졌다. 지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젠 좀 괜찮아졌어. 아직 밖에 나오려면 마스크를 쓰거나 모자 같은 걸 쓰긴하지만."

노출영상이 퍼진 후유증인지 지혜는 어딜가든 시선이 따라오는 것 같았다. 숨 막힐듯한 어지러움과 심장이 빠르게 뛰는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니까, 사람 좀 없는데서 만나려고 했는데 니가 여기서 보자해서..아까 뭘 보는 것 같던데 뭐야?"

'사람 많은 곳에서 만나야 니 보기흉한 꼴을 많이 보여줄 거라 생각했어. 나처럼'

민경은 별 생각없이 지혜의 가방에 손을 대더니 슬쩍 보았다. 생각에 빠졌던 지혜는 미처 민경의 손을 막지 못했다.


"읏?!"

"뭐야 이게? 노트?"

안의 내용물을 들키자 당황한 지혜는 가방을 황급히 반대쪽 옆으로 옮겼다. 그리곤 주변 사람들이 쳐다볼까봐 차마 소리치지 못하고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왜 남의 물건을 만지고 그래!"

"뭐 노트밖에 없드만 왜 그래? 화났어?"


분명 남의 물건에 마음대로 손댄건 민경이지만 그녀는 오히려 지혜를 이상하다는듯 쳐다봤다. 뻔뻔한 민경의 모습에 지혜는 한숨을 쉬더니 대답했다.

"후우~ 아냐.. 내가 지금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가봐"

"그럴 때 일수록 마음 독하게 먹어야해. 뭐라도 좀 마실래? 내가 살게."

"아, 응 그러자."


결국 민경에게 아무런 타격을 주지못했다는 생각에 위장이 뒤틀릴 지경이였다. 민경을 따라 일어선 지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같이 먹을 케이크 같은 것도 사자. 나 아무것도 안먹었거든"

"아 미안 나 밥 먹고와서 배불러. 너 혼자 먹을래? 내가 사줄게"

"그래?"


그러고보니 밥을 많이 먹으라 했던게 기억났다. 지혜는 슬쩍 민경의 배를 보았다.


민경의 배는 원래 탄탄하게 관리하고 있었지만 오늘은 유독 볼록해보였다. 딱 달라붙는 흰색 나시를 입은 탓에 더욱 그게 부각되어 보였지만 그게 뚱뚱해보인다거나 우스워보이는건 아니였고 그냥 평소보다 살짝 튀어나왔네? 수준이였다.


'안한건 아니네. 의미는 없겠지만'


좀 더 신중하게 암시를 고를껄 아쉬운 마음이였다. 지혜와 함께 먹을 것과 마실 음료를 구매한 민경은 자리로 돌아왔다.


"휴, 덥다 그치? 아직 초여름인데"

"습해서 그런가?"


지혜는 민경이 산 음료를 마시며 무심하게 대답했다. 민경은 머리를 묶기 위해 양팔을 번쩍 들었다.


'..저건'


그러자 드러난 민경의 겨드랑이에는 작지만 분명하게, 샤프심이라고 부를 수 있는 털들이 뚜렷하게 보였다. 지혜는 침착하게 물었다.


"너 겨드랑이.."

"응? 겨드랑이? 왜?"


지혜가 말을 꺼내자 민경은 무심하게 자신의 겨드랑이를 보았다. 그리곤 얼굴을 확 붉히더니 팔을 훽! 내리며 말했다.


"으앗? 느, 나 털 정리 해야하는데 까먹었네.. 아~ 망했네 이런 옷 입는 날엔 항상 정리하는데 아하하"


웃음으로 넘기려고 하는듯 보였지만 신경은 쓰이는지 겨드랑이를 딱 붙인 상태로 민경이 대답했다. 지혜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오랜만에 그렇게 입으면 까먹을 수 있지. 잘 안입잖아 그런 옷"

"어? 그러게~ 오늘따라 유독 이렇게 입고 싶더라고? 왤까.."


더워서 그런가? 실없는 소리를 하며 민경은 커피를 마셨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대화같지만 지혜는 여기서도 최민지에겐 얻을 수 없는 정보를 얻어내는 중이였다.


'암시는 본인조차 이상하게 생각안하고 행동하게 하는건가? 내가 지금처럼 이상한 부분을 짚어줘야 자각하는 것 일 수 도 있겠어. 그리고.. 이번 시도가 다 실패한건 아닌 모양이야.'


나름 중요한 정보였다. 암시를 걸긴 하지만 당한 사람이 인지하고 행동하는지 궁금했는데 민경의 모습을 보아하니 인지조차 못하고 행동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민경의 겨드랑이가 정리할 때가 됐다는 정보도 얻었다. 지혜는 이 부분을 집요하게 후벼팔 생각이였다.


"오늘 집에 들어가면 겨드랑이부터 정리하도록 해. 그게 뭐냐 여자애가 부끄럽게"

"으, 응 그래야지.."


지혜가 미소지으며 말하자 민경은 어딘가 껄끄러운 감정을 느끼며 대답했다.


'얘 뭐지? 지금 누가 안쓰러운 상황인지 모르는건가?'


몸 사진이 퍼진 불쌍한 친구를 위로하러 온 민경에게 되려 모습을 지적하며 훈계하는 지혜는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졌다. 민경은 미소를 유지한채 말했다.


"너야말로 마음 잘 추스려. 큰일이잖아 사진이 어디까지 퍼졌는지 모르고."

"..그렇지"


항상 이런식이였다. 지혜와 민경은 친구가 맞지만 민경의 태도는 언제나 나와 너는 상하관계다 라고 인식시켜주려는 듯 행동했다. 평소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다가도 자신의 심기를 건드리면 바로 튀어나왔다.


"내가 원해서 퍼진건 아니지만 말이야."

"그러게 말이지. 누가 찍어서 퍼뜨렸는지 몰라도 확 죽여버려야해. 경찰에게 연락은 왔어?"

"아니 아직 안왔어. 누군진 몰라도 잡히면 꼭 고소해야지. 인생 조져버릴거야"


거짓말이였다. 지혜는 처음엔 그냥 자살해버리려고 했었으나 지금은 고소 대신 다른 복수 방법이 생겨 경찰이 잡았다고 연락한들 합의해줄 생각이였다. 어차피 범인이라고 잡히는 것도 최민지가 아닌 그녀의 사주를 받은 누군가일텐데 적당한 금액의 돈만 뜯으면 만족이였다.


"어제 했던 말 말인데.."

민경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지혜가 말을 끊으며 대답했다.


"미안해 민경아. 어제 내가 너무 패닉이 와서 너때문이라고 말도 안되는 오해를 했어. 너는 나를 걱정해줬을 뿐인데 너한테 상처되는 말도 했고"

"어, 어?"


민경을 향한 보복으로 지혜가 피해봤다는 사실을 잘 이야기해 숨겨보려던 민경은 지혜쪽에서 오히려 사과하자 당황했다.


"범인..최민지 아니지? 너도 당연히 모를거고"

"그, 그렇지? 내가 한 짓도 아니고 최민지도 너한테 그런 일 할 필요가 없잖아."

"그치?"


지혜는 테이블 아래로 주먹을 꽉 쥐었다.


"괜히 내가 너한테 왜 나대냐느니 깝치고 다녀서 민폐만 끼친다느니.. 그런 소리나 하고 말이야. 정말 미안해."

"으응 아냐. 나도 그런 일 당하면 감정주체가 안될테니까 이해해. 하지만 좀 상처는 상처더라"


아하하 웃으며 민경은 농담이라는 듯 넘겼다.


"그래도 먼저 말해줘서 고마워. 같이 힘내서 범인 잡아보자."

"당분간 대학은 안 갈 것 같지만.. 괜찮아지면 돌아갈게."

"괜찮겠어? 그냥 휴학하는게 낫지 않을까?"


남 인생이라고 말 편하게 하네 참..


짐덩이를 치우려는듯한 민경의 말에 지혜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음료 잘마셨어. 얼굴 보러와줘서 고마워"

"벌써가? 이야기 좀 더 하지 그래"

"주변 시선이 아파서. 집에 일찍 가서 쉴래 미안해"

"그, 그래 잘가"


떨떠름했지만 그래도 지혜와 잘 푼 것 같고 더는 귀찮은 오해 받을 것 같지 않아 보내줘도 될 것 같았다. 민경이 손을 흔들자 지혜는 가볍게 받더니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밖으로 나갔다.


'노트가 없었다면 니 생각은 몰랐겠지'


사회적인 관점으로 보면 민경은 주변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였다. 하지만 그 내면을 알게 된다면 역겨운 가식덩어리의 무언가였다.


'기대해 신민경, 최민지 만큼이나 인생 망쳐줄테니까'


조용히 증오를 쌓으며 지혜는 집으로 돌아갔다. 알 내용은 다 알아냈다.

(신)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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