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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 1화

'쟤야?'

'어 맞아 쟤, 큭큭 어떻게 학교엔 나왔네?'

'진짜~ 나같으면 자살했다. 당당하네?'


"..."


김지혜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수근거림에 고개를 푹 숙였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왜 자신이 이렇게 되었는지 알고있었지만 고개 숙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지혜야! 괜찮아?"

"민경아.."


고개숙이고 있던 지혜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신민경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잔뜩 퉁퉁 부어오른 지혜는 민경을 보자마자 그녀에게 안겼다.


"으헝헝~ 민경아 나 어떡해!"

"괜찮아 지혜야 괜찮을거야.. 읏!"


우는 지혜를 안아 달래주며 민경은 한 곳을 노려보았다. 그 시선의 끝에 서있는 여자 세명이 자신들 쪽을 바라보며 키득키득 거리고 있었다.


'최민지..!'


최민지, 이혜윤, 한소민.

오래전부터 자신과 으르렁대던 그룹의 세 사람은 울음터진 지혜를 보며 마치 재밌다는 듯 웃고 있었다.


'저 년들 짓이 분명해.. 개새끼들'


민경은 이를 갈며 어떻게 이 일을 수습해야할지 생각했다. 괜히 자기때문에 피해입은 지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띵! 띠링! 띠링 띠링!


단체 대화방에 들어가있는 민경의 휴대전화가 끊임없이 울었다. 굳이 휴대전화를 꺼내보지 않아도 주제는 뻔했다. 어제 익명으로 누군가가 인터넷에 올려버린 김지혜의 알몸 노출영상 관련 비웃음과 비난일 것이다.









성실여대 2학년에는 예쁜 외모로 유명한 두 사람이 있다. 바로 무용과의 최민지와 미용과의 신민경이 그 주인공 이였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밝은 성격 탓에 많은 사랑을 받는 민경과 차가운 성격이지만 완벽한 모습을 보이는 민지는 입학때부터 지금까지 학교 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기인이였다. 물론 모두와 고루고루 친하게 지내는 편인 민경과 다르게 자기 그룹을 확실히 구분짓고 친한애들하고만 다니는 민지는 사람에 따라서 다소 불만이 있는 경우는 있었지만 그게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어차피 자기들끼리 놀면 됐으니까.


오히려 주변사람들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신민경과 최민지의 사이가 정말 최악으로 안좋다는 점이였다. 어찌나 안좋은지 서로 앞에서 상대의 이름을 꺼내기만 해도 방금까지 사람좋은 웃음을 짓던 민경은 웃음기가 싹 사라지고 평소 표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민지는 미간에 주름이 잡히며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티를 낼 정도였다.


두 사람이 사이가 안좋은 이유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최민지가 신민경을 먼저 견제했다느니 신민경이 다른 학교와의 소개팅에서 눈꼴사납게 꼬리쳤다느니 하는 추측에 가까운 소문만 있을 뿐이였다.


어쨌든 둘은 서로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댔고 그게 때로는 주변 인물들에게 피해를 끼치기도 했다. 어제 지혜의 알몸 노출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가게 된 것도 민경과 민지의 자존심 싸움 때문이였다.


최근 민경에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 있던 민지는 민경에게 보복을 하기위해 자신의 인맥중 가장 이용해먹기 쉬운 사람을 시켜 몰래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던 지혜의 몸을 찍으라 지시했다. 그리곤 대충 자기를 여왕처럼 따르는 찐따 한명에게 그것을 인터넷에 업로드하도록 지시했다.


뜬금없이 지혜가 말려든 이유는 그저 민경과 고등학교때부터 친한 친구라는 어찌보면 세상 유치한 이유였다. 고작 그것때문에 지혜는 자신의 알몸이 공개되어 절망에 빠지게 된 것이다.


범인은 분명 최민지라고 생각하는 민경이였지만 아무 증거 없이 몰아세워봤자 뻔뻔한 최민지는 시치미떼면 그만이였다. 결국 경찰에 신고하고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괜찮아 지혜야. 경찰분들이 빠르게 사진 내려주셨고 금방 해결해주실거니까.."

"으흐윽..!"


뻔한 말로 달래보아도 지혜의 울음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민경의 옷 소매를 꽈악 쥐더니 말했다.


"너 때문이지.."

"어?"

"최민지가 한 짓이지..!"

"지혜야 진정해!"


민경과 친구로 지내면서 민지에 대해 들은 것이 많은 지혜 역시 자신이 민경에게 보복하기위해 자신이 대신 당한 걸 알고있었다. 그녀는 퉁퉁 부어오른 눈으로 민경에게 소리쳤다.


"그러니까 왜 깝치고 다니는거야! 가뜩이나 너랑 다니면서 비교당하는 것도 지치는데 너는 언제까지 민폐끼칠거냐고!"

"꺄악 지혜야!"


퍽! 민경을 밀친 지혜는 그대로 식당을 벗어나 밖으로 뛰쳐나갔다. 당황한 민경은 바로 지혜를 쫓아가려 했지만 여전히 자신들 쪽을 바라보며 키득거리고 있는 최민지 패거리를 눈치채고 주먹을 꽉 쥐었다.


'씨발.. 이대로 쫓아가면 쟤가 원하는대로 되는거잖아'


지혜는 소중한 친구가 맞지만 지금은 많은 이들의 시선이 몰린 상태였고 방금 지혜가 소리친 말때문에 그녀를 쫓아갔다간 식당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상한 오해를 살 수 있었다. 지금도 지혜의 말을 들은 몇몇 사람들이 수근거리며 민경을 바라봤다.


'최민지..!'


민경은 민지를 노려보며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지혜가 떠나고 나서야 '민경아 괜찮아?'하며 다른 친구들이 걱정하기 시작했고 민경은 아무렇지 않은 척 그녀들을 안심시키며 지금은 이 상황을 넘어가기로 했다. 지혜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나중에 다시 연락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최민지! 신민경! 이 개같은 년들!"


한편 아예 대학교 밖으로 뛰쳐나간 지혜는 숨이 너무 차서 더이상 뛸 수 없을 때까지 전력질주했다. 멈춰서려 할 때 마다 자신에게 향해지는 시선들이 화살처럼 아파와 도저히 멈출 수 없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을 법한 곳을 찾으며 달린 그녀는 강가 근처 굴다리에 다다러서야 멈춰섰다.


"허억..허억..씨발..씨발!! 아아아아악!!!"


목소리가 갈라질 정도로 고함치며 지혜는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하며 발을 쾅쾅 굴렀다.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억울함이 밀려왔다.


"내가 왜! 왜 하필 나야!"


굴다리 근처를 지나가던 사람들은 지혜의 비명에 깜짝 놀라 서둘러 굴다리에서 멀어졌다. 머리를 쥐어뜯던 손에 머리카락이 한움큼 빠져나왔다. 그녀의 분노가 이렇게까지 걷잡을 수 없이 터져나오는 것은 지금까지 쌓여온 감정들이 터진 것이다.


김지혜와 신민경이 친해진 것은 고등학교때, 같은 동네에 살고있는걸 알게된 후였다. 그 당시 반에 조용히 있던 지혜에게 먼저 말을 걸어준 것은 민경이였다.


'너 나랑 같은 동네네! 잘됐다 앞으로 같이 집에가자'

'어?'


당시에도 민경의 미모는 여전했고 인기도 많았기에 처음엔 지혜도 저런 얘랑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 솔직히 말하면 자기 급도 올라간 기분이였다.


'김지혜 쟤 왤케 나대?'

'몰라 큭큭 근데 쟤 민경이 옆에 있으니까 더 빻은거같지않아?'

'맞어 원래 빻았는데 존나 깝치니깐 더 그렇게보이는거같어'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지혜는 깨달았다. 민경이 의도한건 아니겠지만 둘이 붙어있을수록 지혜의 평범한 외모가 점점 못생겨지고 있다는 것을, 실제 얼굴은 변하지 않겠지만 그녀와 붙어있을수록 지혜의 이미지가 점점 변해갔다.


'신민경 옆에 붙어있는 못생긴 얘'


주변의 반응은 지혜에게 점점 열등감이란 감정을 심어주었다. 민경은 소중한 친구였을텐데 점점 미워지면서 대화를 할때도 가식적인 웃음으로 속마음을 숨기며 그녀를 대해는 일이 늘어났다.


'어째서야? 어째서 너는 내 인생에 끼어들어 나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는거야!'


나대지라도 말지. 얼굴 예쁘다고 믿고 깝치는건지 민경은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길 좋아했다. 결국 그녀와 사이가 안좋던 최민지는 민경에게 압박을 주기 위해 그녀의 친구로 보이는 지혜를 이용했고 민경때문에 나체사진이 퍼진 지혜는 이번에야말로 마음이 산산히 부셔져버렸다.


"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른 지혜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더이상 살고싶지 않았다.


"그래.. 죽자"


못생기게 태어나 예쁜 것들에게 이용만 당할 인생이라면 차라리 죽어버리는게 낫겠다.


지혜는 어둡고 습한 굴다리에서 나와 어디든 가기로 했다. 우선 유서를 쓸 생각이였다. 최민지와 신민경에게 잔뜩 저주를 퍼부은 유서를 남겨 할 수 있다면 최소한의 죄책감이라도 남기고 싶었다. 물론 최민지는 그럴 여자가 아니였지만.


'툭'


그런 마음을 먹고 발을 내딛은 그녀의 발에 무언가가 채였다.


"노트..?"


그것은 표지가 상당히 기분나쁘게 생긴 노트였다. 검은색 배경에 하트와 비슷한 문양이 크게 그려진 노트를 조심스레 들어보니 상당히 묵직한 것이 평범한 노트가 아닌 것 같았다.


'애니메이션 관련 상품같은건가?'


노트를 펼쳐보니 안에는 아무것도 적히지 않아 깨끗한 새 노트였다. 촤라라락 노트 페이지를 넘기며 지혜는 생각했다.


'잘됐네, 어차피 어디에 유서를 쓰든 상관없을테니 여기다 유서나 적어야겠어..'


대학교에서 바로 뛰쳐나온 탓에 당장 노트에 무언가 적을 수 없던 그녀는 노트를 챙겨 굴다리를 벗어나 가장 가까운 편의점에 가 볼펜을 구입했다. 그리곤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노트 첫페이지 상단에 유서를 적기 시작했다.


'먼저 이 유서를 발견한 사람에게 알립니다. 저는 성실여대 재학중인 최민지와 신민경 때문에 자살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유서를 쓰고있자니 또 다시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시야가 뿌옇게 변한 지혜는 신경질적으로 옷소매를 이용해 눈가를 닦았다.


"씨발.. 또 눈물이나 나고 말이야. 미치겠네"


벌개진 눈으로 다시 노트를 들여다보았다.


"어..?"


없다. 고작 몇 초 전에 적은 문장이 마치 지우개로 지운 것 마냥 없어졌다.


"뭐야 이건..?"


대신 노트에 적혀있는 것은 최민지와 신민경의 개인정보로 추정되는 내용들이였다. 예를 들어 최민지의 키는 170cm에 몸무게는 50kg이다 같은 내용이 주르륵 적힌 상태였다.


다만 조금 이상한 것은 일부 정보들은 '확인불가'라고 적힌 채 나오지 않은 상태였고 이는 신민경의 정보에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민지가 적힌 페이지는 옅은 붉은 빛을 띄고 있었고 민경이 적힌 페이지는 옅게 파랗게 빛나는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어쨌든 이건 평범한 노트가 아니였다. 지혜는 노트를 바로 덮곤 황급히 집으로 향했다. 이 수상쩍은 물건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함이였다.

(신)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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