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 이지메의 끝은 숨막히는 최후
Added 2021-06-09 14:51:49 +0000 UTC해당 작품은 호불호 요소가 심하게 갈릴 수 있습니다. 열람에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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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의 내게 학창시절은 극악무도한 악몽이었다.
“아니~ 뭐하냐고 병신아!”
큰 소리로 외치며 나를 걷어차는 여학생. 그녀의 이름은 서윤아. 일진 무리에서도 우두머리를 차지하고 있는 암사자라고 할 만한 인물이었다.
“윤아가 돈 잃으면 네가 책임질 것도 아니잖아. 안 그래?”
그 옆에서 시시덕거리고 있는 건 일진 무리의 2인자라고 불리는 임채희였다. 그녀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배를 부여잡고 헐떡대는 내 앞에서 깔깔 웃었다.
이건 웃을만한 일이 아니었다. 배를 걷어차이고 숨도 못 쉬고 있는 데 윤아와 채희를 비롯한 여자애들은 깔깔거리며 웃었다. 심지어 근처에는 다른 남자도 없었다. 이 자리에 있는 건 괴롭힘 당하는 나 뿐이었다.
“저기, 플랭크가 그렇게 어려워? 남자앤데 왜 이렇게 약해 빠졌어. 응? 1분만 버티라고 1분만.”
윤아는 그렇게 말하며 막대사탕을 오물거리며 내 머리를 자근자근 밟았다. 머리털이 뽑히고 머릿가죽이 당겨질 정도로, 신발 밑창에 짓이겨져 고통에 일그러졌다. 하지만 티를 내서는 안 됐다. 그랬다가는 그녀들에게 먼지 나게 두들겨 맞을 게 분명했다.
“내가 이겼으니 오늘 떡볶이는 윤아가 사는 거네?”
“아, 씨발. 기다려 봐. 떡볶이 얹고 튀김 더, 콜?”
“오오, 콜~ 콜~”
“근데 버틸 수 있을라나 모르겠네.”
“기다려 봐. 내가 기운 나는 주문을 외워줄 테니까.”
윤아는 내 머리채를 잡아당기며 속삭였다.
“또 실패하면 니 부랄을 으깨버릴 거야. 알겠어?”
“아, 알았어……”
나는 간신히 대답했다. 뱃속이 뒤틀리고 숨을 쉬지 못했지만 간신히 대답했다. 그제야 윤아가 머리채를 놔주었다.
“자, 빨리. 해보라고. 야, 타이머 체크 잘 해라.”
“아, 물론입죠. 누구 명령인뎁쇼~”
일진 중 한 명이 스마트폰을 흔들며 웃었다. 나는 윤아의 살벌한 눈빛을 받으며 허겁지겁 플랭크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20초가 되기도 전에 팔에 힘이 빠지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방금 얻어맞은 배가 아프기도 했고 숨도 차올랐다. 애초에 체력도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었기에 40초가 되기도 전에 쓰러질 듯 했다.
“헉……! 허억……! 헉……!”
땀까지 흘리며 헐떡대는 내 모습이 그렇게 꼴사나웠을까. 일진들은 깔깔 웃으면서도 질색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고개를 숙인 내가 어떻게 얼굴을 보았냐면…… 쓰러지기 직전에 그녀들의 표정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어느 새 몸이 기울었고 당혹스러운 나의 눈에 그녀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들어왔다.
그리고 엎어진 순간 대화가 들렸다.
“오~ 아깝다. 2초 차이로 졌네.”
“아, 지랄. 쓰러지기 직전까지 쳐줘야지.”
“절대 안 되지. 이미 무너진 순간부터 자세가 끝난 거라구.”
“짜증나.”
윤아는 그렇게 말하더니 서늘한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야, 잡아 얘들아.”
“진짜 하게?”
“으엑, 더러운데.”
여자애들이 하나둘 다가오더니 나를 발로 툭 차서 눕혔다. 그리고 팔다리를 하나씩 발로 지그시 밟았다. 워낙 약한 몸에 지쳐있기까지 한 내게 거기서 벗어날 방도는 없었다. 팔다리를 짓밟힌 나는 다리 사이로 다가선 윤아를 보며 경악했다.
“미, 미안해! 미안해! 하지 마 제발……! 나, 나 시키는 대로 했어……! 최선을 다 했단 말이야……! 제발……!”
나는 울음이 북받쳤다. 슬프다 못해 서러운 내가 눈물, 콧물을 짜내며 울어대니 여자애들은 평소보다 혐오하는 얼굴로 내려다보았다.
“아우, 징그러워.”
“더러운 데 이거 꼭 해야 해?”
“그래야지. 안 그러면 기어 오른다니까?”
“제발! 잘못했어! 뭐든 할 테니까 제발……!”
윤아가 발을 뒤로 당겼다. 나는 아무리 발버둥쳤지만 여자애들이 작정하고 체중을 실으니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이대로 가랑이가 으깨져야 하는 건가.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털이 곤두서고 머리가 저렸다. 윤아의 발이 느릿하게 다리를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쏘아진 발은……
팃-
다행히 가랑이 사이를 스치고 지나갔다. 윤아가 전력으로 찬 발이 허공을 가르는 그 순간 나는 온몸을 벌벌 떨었다. 줄줄 흘러나온 눈물은 바닥에 굴러 떨어졌다.
“아, 씹. 빗나갔어.”
“그냥 차지 말고 으깨버리지 그래?”
“그럴까?”
윤아는 이번에 다가서서 발을 들었다. 그리고 발뒤꿈치가 그대로 직격하려는 찰나…… 수업종이 쳤다.
“아, 종.”
종소리를 들은 나는 순간 안심했다. 그 틈을 노리고 윤아가 눈을 빛냈다.
쾅!
그리고 윤아는 그대로 발을 내리찍었다. 다행히 가랑이가 터지거나 하지 않았지만 엄청난 힘 그대로 바닥을 찍어버렸다. 나는 그 소리와 윤아의 대담한 행동에 놀라 바들바들 떨었고 그런 나를 보며 윤아와 일행은 깔깔 웃었다. 특히 채희가 큰 소리로 웃었다.
“존나 웃겨~ 막 안심하고 있는 거봐.”
“방금 봄? 아, 배째진다 진짜.”
“으에엥 그만하라구~”
여자애들은 자기들끼리 낄낄 댔다. 나는 순간적인 공포로 온몸에 힘이 풀렸다. 그래서 축 늘어진 채 움직이지 못했다. 그런 나를 내려다보던 여자애 한 명이 침을 탁 뱉었다.
“병~ 신.”
그렇게 툭 뱉어진 침이 얼굴에 맞아 흘러내렸다. 그 모습에 다른 애들도 약속이라도 한 듯 얼굴에다 침을 퉤 뱉으며 물러났다. 마지막으로 윤아는 입을 우물거리더니 나의 이마에 침을 주욱 늘어뜨렸다.
“다음부턴 잘 해라. 응?”
윤아는 그렇게 말하고 떠나갔다. 얼굴이 여자애들의 침범벅이 된 나는 일어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안면을 뒤덮은 뜨뜻미지근한 온기…… 찐득한 액체의 촉감…… 그리고 단내가 섞여있는 침냄새가 얼굴을 감쌌다.
‘더러워.’
분명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가슴의 두근거림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녀들의 괴롭힘은 꾸준했다. 종종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고 그렇게 더러워진 얼굴을 바닥에 내치고 짓밟기도 했다. 옆구리나 배를 때리는 건 기본, 머리채를 잡고 바닥에 내동댕이치기도 했다.
어느 때는 나를 자빠뜨리고 목을 밟아 숨을 쉬지 못하게 만들었다. 나는 생선처럼 팔딱거리며 고통을 호소했다. 목뼈가 짓이겨지는 아픔은 물론 가슴이 짓눌릴 정도의 고통이 느껴졌다. 내가 숨을 더 쉬지 못해 오줌을 지렸을 때가 되어서야 윤아가 발을 뗐다.
“아, 더러워.”
“씨발, 왜 오줌 싸고 지랄이야.”
“미친 새끼!”
“뭐 이런 병신이 다 있어?”
나는 가랑이가 따뜻해지는 굴욕보다도 그녀들의 폭력적인 발언에 상처 입었다. 그리고 그 상처는 내 무의식을 할퀴었고 깊은 흉터로 남겨졌다.
그 후로도 폭력은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그마저도 윤아와 채희가 전학을 간다는 소식이 들려온 뒤에도 그치지 않았다. 그대로 나는 왕따의 피해자가 되었고…… 학교를 졸업하고나서도 그 멍에는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끝없이 따라오며 옥죄었다.
*
“하아…… 하아…… 자, 준비됐죠……?”
나의 질문에 눈앞의 여성은 혐오스러운 얼굴로 이를 갈았다. 그러더니 혀를 쭉 내밀며 입을 벌렸다. 나의 두 눈에는 그녀의 가지런한 치아와 새빨간 혀가 각인되었다. 코를 갖다댔을 때 은은하게 풍겨오는 냄새에 나의 눈이 까뒤집어졌다.
좋다.
학창시절 괴롭힘으로 새로이 각성한 나의 성벽…… 우선 첫 번째는 이 새빨간 구덩이 안으로 손가락을 넣는 것이었다. 그렇게 파고 든 손가락이 혀뿌리까지 들어가 목젖 근방을 파고 들었을 때……
“으욱……”
여자의 일그러진 얼굴, 헛구역질을 참을 수 없어 괴로워하는 표정이 나를 발기시켰다. 하지만 이걸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래서 좀 더 손가락을 밀어 넣으니 여자가 눈을 질끈 감고 바들바들 떨었다. 눈꼬리에 눈물이 맺힌 게 보였다. 목구멍이 손가락을 조이는 게 느껴졌다.
따뜻하다…… 손가락을 덮는 이 느낌…… 너무 좋았다. 하지만 더 좋은 건 이 여자가 아무것도 못하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한다는 점이 좋았다.
이 우월감……! 눈앞의 사람을 인형처럼 갖고 놀 수 있다는 쾌락이 섹스로 하는 사정보다 기분 좋았다.
“그룹…… 으웁……!”
손가락 끝이 슬쩍 목젖을 건드리니 한순간 목구멍이 조였다. 여자는 눈을 부릅 뜨더니 고개를 팩 돌려 손가락을 뱉어냈다.
“에윽…… 케흑…… 켁…… 켁…… 헥…… 흐윽……”
여자는 몇 번이고 기침을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 여자를 바라보다 침으로 흥건해진 손가락을 보았다. 그리고 그걸 천천히, 음미를 하듯 냄새를 맡았다. 서서히 흘러나와 콧속으로 기어 들어오는 냄새…… 방금 여자가 목구멍을 찔릴 때처럼 코를 찌르는 체취가 느껴졌다. 그걸 한 번 맞이한 순간 나의 두 눈이 파르르 떨렸다.
“하아……”
하지만 이걸로 만족할 수 없었다. 분명 이런 냄새도 좋았지만 눈앞의 여자가 조금 더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손가락으로는 아직 모자랐다. 그래서 내가 꺼내든 건 면봉이었다.
“헥…… 헥……”
여자는 눈물을 찔끔 흘리며 괴로워하다 내가 면봉 드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더니 반쯤 포기한 얼굴로 입을 쩍 벌렸다.
두 눈은 질끈, 혀는 빼꼼. 결의에 차 열린 입은 귀엽게까지 느껴졌다. 나는 그대로 턱을 잡았다. 아직 침에 젖은 손으로 면봉을 들어 입을 다물지 못하게 볼을 꽉 눌렀다. 그 상태로 천천히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흐훕…… 흐훕……”
아까보다 이 여자의 숨이 거칠어졌다. 아무래도 방금 목구멍이 찔리며 괴로워하던 기억 때문에 겁이라도 먹은 건지…… 아니면 방금 기침을 하느라 숨을 고르지 못한 건지 호흡이 가빴다. 그렇게 바쁘게 오가는 숨은 나의 손을 따스하게 데워주었다. 입에 들어간 손의 절반은 물론, 들어가지 못한 나머지 부분도 따뜻해졌다.
게다가 뻐끔대는 볼 안쪽 살과 입술 테두리가 손을 계속 물어댔다. 단단한 이가 짓누르기도 했고 혀가 껄떡거리며 튕겨올라와 손가락을 때리기도 했다.
아직인데. 나는 아직 본격적으로 뭘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겁에 질려 펄떡거리고 있었다.
좋다. 자신이 뭘 당할지 알고 지레 겁먹는 모습이 좋았다. 그렇다면 진짜 반응은 어떨까?
푹-
“그엑……!”
여자는 면봉이 목 안쪽을 찌르자 곧장 반응을 보였다. 그것도 그럴 게 손가락보다 얇다고 해도 훨씬 단단한 데다 더 깊은 곳을 찔러왔다. 여자는 솟구치는 구토감에 꺽꺽거리며 눈물을 흘렸다. 가슴 안쪽부터 짓눌리는 듯한 아픔이 느껴졌다. 그것도 그럴 게 위가 눌리며 역류하려는 걸 억지로 참으려 하니 그 반발로 인해 고통이 배가 되었다.
나는 혀 뿌리에서부터 차분하게 면봉을 후벼주었다. 점막에 묻은 침이 전부 스며들었다. 그로 인해 침으로 보호받던 점막이 거칠게 변했다. 안 그래도 조건 반사 때문에 구역질이 치미는데 목 안쪽이 까슬해져 아프기까지 했다.
여자는 슬쩍슬쩍 후벼대는 면봉 때문에 미칠 지경이었다.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건 눈앞의 남자가 음흉하게 웃는 표정이었다. 이런 특수한 성벽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이 상황을 거절하지 못하는 자신도 싫었다.
게다가…… 자꾸 꿀럭거리며 올라오려는 구토감이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꺼으윽……!”
계속 구토를 참으려고 하니 공기가 터지면서 트림이 나왔다. 그 추잡한 소리에 면봉이 잠시 뒤로 밀려났다.
여자는 안심했다. 이제 끝이 났나 싶어서 안도하면서도 방금 뱃속에서부터 터져나온 그 소리에 자괴감이 느껴졌다.
푹-
그 순간 면봉이 좀 더 안쪽을 찔렀다. 그냥 찌른 게 아니었다. 막대 부분이 목젖을 스쳐버렸다.
방심한 순간을 틈을 타 강렬한 자극이 파고 들었다. 배의 근육이 수축하면서 위를 짓눌렀다. 동시에 여자는 눈을 부릅뜨며 고개를 숙였다.
“으엑……! 으에에엑-!!”
여자는 그대로 토사물을 쏟아냈다. 나는 그 전에 면봉을 뽑아내 침으로 축축하게 젖은 면봉을 이리저리 살폈다. 원래대로라면 토하기 전에 침을 긁어낼 생각이었는데…… 멋대로 안심하는 표정을 보니 심술병이 도져버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컬렉션이 되었으니 나는 작은병에 면봉을 보관해두었다.
“헉…… 케흑…… 케흑…… 케흐……”
여자는 위액까지 쏟아내며 괴로워하다 나를 쏘아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원망이 가득했지만 뭘 어쩔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탁상 위에 놔둔 100만원 때문이었다. 여자는 헐떡거리며 자괴감 섞인 얼굴로 자신이 게워낸 오물을 내려다보다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돈을 낚아채고 그 자리를 떠났다.
나는 여유롭게 그 모습을 보며 스마트폰을 켰다. 어차피 이건 나의 욕구를 풀기 위한 일환일 뿐이었다. 본격적인 걸 하기 전 맛보는 에피타이저. 결코 메인디쉬 따위가 아니었다.
화면에 떠오른 건 누군가의 SNS였다. 누가 봐도 눈에 띄게 아름다운 두 여자가 찍힌 사진. 나는 그 사진의 주인공들을 알고 있었다.
“서윤아. 임채희.”
두 사람은 나의 학창 시절을 끔찍하게 만들어준 괴물들이었다. 하지만 세간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듯 했다. 그건 당연했다. 도중에 전학을 가버린 데다 얼굴도 예쁘장한 그녀들을 막을 사람은 없었다. 물론 시기하는 여자들도 있었지만 잘못 건드렸다가는 자신들의 치부도 까발릴 걸 알았기에 말하지 못했다.
그랬기에 그녀들의 비밀을 아는 건…… 나뿐이었다. 그래서 이 끔찍한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복수할 준비를 끝마쳤다.
‘이제 여기도 못 가겠네.’
내가 스마트폰을 끄고 본 건 페티쉬 클럽의 명함이었다. 매춘업인만큼 이런 명함을 받는 건 드물었다. 그나마 그곳에 쏟아 부은 돈이 많았기에 이걸 받은 거지, 그게 아니었다면 나는 진즉 쫓겨났을 것이다.
섹스도 안 하고 오직 목을 찌르고 후벼대기만 하는 변태를 누가 받아줄까. 방금처럼 심심찮게 구토를 시키기도 했고 아니면 할 때까지 괴롭히기도 했다. 덕분에 나는 창녀촌은 물론 여기 페티쉬 클럽에서도 악명이 자자했다.
하지만 이제 개의치 않았다. 이제 더 이상 참을 필요도, 대리만족을 할 이유도 없었다. 지금부터 내가 해야 할 건…… 욕구 충족이 아닌 정의 집행이었으니까.
*
“다녀왔습니다~ 오늘 오프야?”
“응~ 그래서 푹 쉬려고.”
채희는 나른한 소리를 내며 방에 들어왔다. 패티큐어를 바르고 있던 윤아는 눈썹을 씰룩이며 대답했다. 필라테스 강의를 하고 돌아온 채희는 가방을 내던지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윤아는 그 모습에 발을 들어 발톱을 점검했다.
“제대로 씻고 자~”
“싫어~”
윤아는 쿠션을 휙 던졌고 채희는 베개로 막았다. 두 사람은 어른이 돼서 그런 건지 유달리 미모가 빛을 발했다. 당장 채희만 해도 SNS에서도 소문난 여신이었고 윤아는 수수하게 꾸몄다지만 그 미모를 감추지 못했다. 두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렇게 다투는 모습 역시 누군가 보고 있었다면 넋을 놓고 봤을 정도로 눈이 즐거웠다.
“아후~ 내일 또 출근하기 싫은데……”
“내일 저녁은 어쩔래? 시켜 먹을까?”
“글쎄~”
채희는 대답하는둥 마는둥 하면서 침대에 엎드리며 스마트폰을 켰다. 그리고 SNS를 확인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간혹 시기 어린 여자들의 악플이나 협박 메시지, 무개념 남자들의 성희롱 메시지나 음란 사진 등이 오곤 했다. 하지만 유달리 이런 게 많았다.
옛날 같았으면 욕이라도 쏘아붙였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녀는 어른이었다. 함부로 욕같은 걸 했다가는 자신의 이미지도 망칠뿐더러 강의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래서 차분히 악플들을 지워나가던 중 채희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왜 그래? 또 누가 거시기 사진 보냈어?”
“……그 새끼야.”
“어엉?”
윤아는 나른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채희의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다. 평소에는 SNS에서 뭐라 지껄이든 말든 비아냥대며 쏘아붙였을 텐데…… 지금은 뭔가 잘못 보기라도 한 것처럼 경악하고 있었다.
뭐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채희가 말했다.
“우리 학교 다닐 때, 기억 나?”
“어…… 설마 전전 남친?”
“아니! 대학 때 말고!”
윤아는 다급한 채희를 보며 왜 이러나 싶었다. 아무리 곱씹어도 그녀가 이렇게 놀랄만한 사람은 없었다. 학교도 같이 다니고 애인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눴으니…… 그나마 짚이는 건……
“……고등학교 때?”
채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그 새끼야?”
사실 잊고 있었다. 지금 채희가 얘기하기 전까지만 해도 누구를 말하는 지 감도 오지 않았다. 그저 채희가 이렇게 당황하고 허둥지둥거릴 정도의 사람을 추측하느라 깨달은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만일 뭐라도 하려 했다면 성인이 되자마자 연락했을 것이다. 하지만 녀석은 그렇게 계획적인 놈이 아니었다. 머리를 굴릴 줄도 모르고 대범하지도 못했다. 그랬기에 기억할 필요도, 가치도 없었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면 자신들이 그때 그 일진들이란 걸 모르고 말을 붙였을 경우였다.
그게 아니라면 이제 좀 유명해지니 말을 붙이는 건가? 알든 모르든 참으로 뻔뻔한 연락이라 생각했다. 채희는 필라테스 강사로 이제 좀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자신은 간호학과 졸업 후에 이제 막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설마 그때 일로 뭔가 협박이라도 할 생각인가?
윤아는 같잖음에 코웃음이 터졌다. 채희가 겁이 좀 많다는 걸 알았기에 그녀가 지레 질겁하는 거라 여기며 다가갔다.
“뭐라 보냈는데?”
“봐……”
[ 그때 일 사과 받고 싶어. ]
윤아는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사과라니? 그때 일을 빌미로 발목을 잡는 게 이상한 놈이 아닌가? 멀쩡히 잘 살고 있는 자신들에게 이런 메시지나 보내다니. 그것도 자신이 아닌 채희에게 이런 짓을 한다는 게 영악하다 못해 간사하다 생각했다.
반면 채희는 여전히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녀에게 옛날 일은 과오이기도 했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도 같았다. 그나마 전학을 갔기에 어느 정도 묻히나 싶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레 불쑥 머리를 디밀 줄 몰랐다.
“걱정 마. 그냥 무시해버려.”
“하지만 요즘 학폭 논란도 엄청 터지잖아. 사람들이 뒤를 캐내면 어떡해?”
“……하기사.”
그 말에 윤아는 눈을 굴렸다. 어차피 물어 뜯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남자가 퍼뜨린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판가름 하지 않을 것이다. 거짓이어도 문제였지만 이게 사실이었으니 만일 진실이 밝혀질 경우 그 타격은 남달랐다.
그렇다고 사과를 해야 하는가? 학교생활은 어디까지나 사회로 나가기 전에 겪는 체험 활동이었다. 약자가 강자에게 짓밟히는 건 당연했다. 심지어 그 남자가 그때 대처만 잘 했더라면 그렇게 괴롭힘을 받았을까?
싫다는 말, 하지 말라는 말, 심지어 학교 폭력 상담이라도 받았더라면 그러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저항하지 않은 피해자가 과연 정의인가?
윤아는 참으로 고까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들이 머리를 숙일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채희를 보니 괜히 마음이 누그러졌다.
“그럼 같이 가자. 마침 나도 쉬는 날이니까.”
“저, 정말? 사실 혼자 가는 거 불안하고 무서웠어…… 네가 같이 가주면 안심이야…… 정말 고마워.”
“고맙긴 뭘. 너도 나 남친한테 차였을 때 많이 위로해줬잖아. 겨우 이 정도로 뭘……”
“고마워……”
윤아는 채희를 가볍게 안아주었다. 그리고 휴일을 망친 그 남자를 어떻게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약속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정해졌다. 윤아는 쉬는 날이고 채희의 경우 개인 사정으로 강의를 못한다고 공지해두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말쑥한 차림으로 집에서 제법 먼 거리에 있는 카페에 앉아있었다.
채희는 초조해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윤아는 느긋하게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있었다. 역시 그녀에게 메시지는 오지 않았다. 아마 채희가 빼도 박도 못하는 위치란 걸 알고 그걸 이용하려는 듯 했다.
‘평생 기어오르지 못하게 해야지.’
윤아는 혀를 차며 스마트폰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약속 시간이 다 되었을 때 그 남자가 나타났다.
역시나 후줄그레한 차림새였다. 생긴 것도 평범하고 어깨도 좁혀져 있어서 자신감이 없었다. 학생 때 그랬던 것처럼 참으로 찌질한 모습이었다. 주변을 보다가 이쪽으로 와서 머뭇거리며 앉는 것도 참으로 하찮았다.
“그래서, 사과를 받고 싶다고?”
윤아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예상대로 쭈뼛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윤아는 채희를 보더니 턱짓했다.
봐라. 네가 쫄았던 남자는 고작 이런 놈이다.
채희도 조금 용기를 되찾은 건지 턱을 들었다.
“우리가 왜?”
“그, 그야 그때 너희가 괴롭혀서……”
“우리만 괴롭힌 것도 아니잖아?”
채희가 머뭇거리는 순간 윤아가 쏘아붙였다.
“그나마 우리가 좀 이름 알려지고 그러니까 우리한테 와서 그러는 거야? 그럼 우리한테 오기 전에 다른 애들한테는 사과 받았어?”
윤아는 아니란 걸 알았다. 그때 있던 애들 몇 명과 연락해본 결과, 이 녀석이 찾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당연히 남자는 쭈뼛거리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거 봐. 생각보다 만만했던 모양이야?”
“그게 아니라…… 그냥 사과만 받고 싶어서……”
“우리가 뭘 잘못 했는데? 네가 그때 제대로 대처를 했어, 뭘 했어? 우리가 봤을 때는 너 그냥 즐기던 거 같은데.”
윤아는 조소를 머금고 말했다.
“말해 봐. 남자애들 중에 그런 거 좋아하는 사람들 있다며? 침뱉고 밟아주는 거 꼴려한다며? 오히려 우리가 서비스 해줬으니 돈을 받아야 하는 거 아냐? 응?”
“아, 어…… 어어……”
남자는 말을 더듬더니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 눈에 눈물이 맺히는 걸 본 윤아는 더 이상 쏘아붙일 필요도 없다 생각했다.
“할 말 없지? 설마 어디서든 떠들 생각하지 마. 우리가 역으로 널 성추행, 성희롱으로 고소할 수도 있으니까. 그냥 조용조용히 잘 살아가자고. 알겠어? 가자, 채희야.”
“아, 응……”
윤아는 확실히 못을 박았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는 오들거리다가 벌떡 일어나더니 두 사람보다 먼저 카페를 나섰다.
“흥, 병신.”
윤아는 작게 읊조리며 쏘아붙였고 채희는 이제는 괜찮을 거란 생각에 안심하고 웃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근방을 돌아다니며 휴일을 만끽했다.
이제 더 이상 과거를 캐묻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설사 그렇다고 한들 맞불을 놓으면 될 테니까……
그렇게 생각했다.
*
“……음.”
윤아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술을 어느 정도 마시긴 했지만 과음을 하진 않았다. 분명 채희와 함께 집으로 돌아와 잠을 자고…… 거기까진 기억이 났다. 아무리 필름이 끊겼어도 지금 같은 상황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여긴 집이 아니었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과 벽만 보이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의자에 속옷 바람으로 묶여 있었다. 두 발목은 교차된 상태로 밧줄에 묶였다. 두 팔은 등받이 뒤에 허리와 가슴 위를 묶은 밧줄과 함께 속박되었다. 그래서 허리를 들썩일 수 있었지만 의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애초에 머리가 어지러워 힘도 안 들어가는 데다 의자에 무슨 짓을 한 건지 바닥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윤아는 자신의 상태에 놀라 버둥거리다 멀지 않은 곳에 채희를 발견했다. 그녀 역시 윤아와 별 다를 바가 없었다. 대신 그녀는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고개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으읏…… 채희야…… 임채희……!”
“윽…… 윤아……? 윤아야?”
채희는 큰 소리에 고개를 흔들다가 윤아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그러다 자신 역시 별반 다를 바 없단 걸 깨닫고 발버둥쳤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윤아야?!”
“나도 몰라. 눈 떠보니까 이랬어.”
“아…… 아……”
채희는 곧바로 겁에 질려 눈물을 흘렸다. 그에 비해 윤아는 침착하게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조명이 없는 어둑한 건너편에 실루엣이 보였다. 그 사람이 범인이라고 확신한 윤아는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누구야!!”
그녀의 외침에 채희도 고개를 들어 그곳을 보았고, 실루엣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 사람은 바로……
“너……”
“뭐야……! 이거 풀어줘!!”
윤아는 그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고 말문이 막혔다. 반면 채희는 기세등등하게 소리쳤다. 성희롱 때문에 무서워서 도망친 그 남자였다. 학창 시절에는 노예나 다름없는 찐따였고 커서도 사과조차 요구할 수 없는 병신이었다.
그랬기에 채희는 큰 소리를 쳤다. 이 남자는 태연하게 그 말을 받고 있었다.
“내가 왜?”
“왜냐니? 너 지금 이거 그냥 성폭행으로 끝나지 않아! 납치에 겁박에, 중죄 중에 중죄라고! 평생 감방에 처박혀서 썩고 싶어?”
채희는 미친 듯이 쏘아붙였고 윤아는 말없이 노려보았다. 남자는 나긋하게 한숨을 내쉬더니 채희 앞으로 다가갔다.
“뭐, 뭐야? 저리 안 가?! 꺄아아아악-! 살려주세요!! 누구 없어요!! 여기 미친 새끼가 있다구요!! 누가 살려줘요! 살려주세요!!”
채희는 그야말로 발악했다. 남자는 그저 다가가기만 했는데 귀가 떨어져라 비명을 질러댔다. 아직 맞거나 협박을 받지도 않았지만 뭍에 건져놓은 생선마냥 펄떡댔다. 그 모습이 남자의 눈에는 영 거슬린 듯 했다.
남자는 느릿하게 채희의 허벅지에 걸터앉았다. 그야말로 연인처럼, 마주 본 상태로 다리 위에 앉았다. 당연히 채희는 질색하며 소리쳤다.
“너 저리 안 가?! 저리 안 꺼헠?!”
남자의 두 손이 채희의 가느다란 목을 덮었다. 가벼운 조임. 채희는 잠시 숨이 막혀서 화들짝 놀랐다. 그렇다고 숨구멍이 아예 막힌 건 아니었다. 최대한 힘을 주면 숨이 빨려 들어오긴 했지만 충분할 정도는 아니었다.
쎄헥- 쎄헥-
“크훅…… 크훕…… 므…… 그윽……”
남자는 어설픈 악력으로 채희의 목을 졸랐다. 채희는 목이 갑갑함을 느끼며 괴로운 소리를 냈다. 숨을 쉴 수 있다 없다 이전에 목이 너무 아팠다. 목뼈에 근육과 피부가 짓눌리는 고통이 느껴졌다. 아프다…… 눈물이 찔끔 나오고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조금은 버틸만 했다.
그리고 1분이 채 되기도 전에 그 생각이 바뀌었다.
“흐욱…… 흑…… 끄훅……”
채희는 얼굴이 벌개져 있었다. 필요한 공기에 비해 들어오는 숨이 터무니없이 적었다. 소리를 내는 것조차 얼마 지나지 않아 할 수 없었다. 그저 쌕쌕대는 갸날픈 숨소리만 낼 뿐이었다. 어떻게든 숨을 쉬려고 그의 손을 떨쳐내려 고개를 털었다. 하지만 남자의 손은 떨어지지 않았다.
격동…… 남자의 손으로 전해지는 건 격렬하게 맥동하는 핏줄과 근육의 움직임이었다. 손가락 마디마디마다 생생히 전해지는 온기와 움직임은 지금 눈앞의 인간이 살아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쎄헥- 쎅-
채희는 오들오들 떨다가 조금씩 눈을 까뒤집었다. 흰자에는 핏발이 서고 가슴 박동이 서서히 느려졌다. 공기가 통하지 않으니 벌개진 얼굴에 점점 푸른빛이 감돌았다. 채희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릴 때쯤 남자가 손에 힘을 풀어주었다.
“허억- 허어어억-!!”
채희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가느다랗지 않았다. 울대가 짓눌려서 그런지 걸쭉하고 허스키한 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채희는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지금 당장 숨을 쉬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였다.
그렇게 채희가 간신히 숨을 쉬는 동안 남자는 다시 그녀의 목을 졸랐다. 채희는 아직 숨을 고르지도 못했는데 다시 목이 압박당하니 눈물을 줄줄 흘렸다.
“사, 살려져…… 살려……”
채희는 말문이 트이자마자 목숨을 구걸했다. 이 미친 남자가 정말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진짜 목이 졸려 죽을 거 같았다.
숨을 못 쉰다는 건 상상 이상으로 고통스러웠다.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말도 안 되게 거대했고 끔찍했다. 아주 잠깐 의식이 끊긴 순간이 있었다. 파랗게 질린 그때 죽음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순식간에 온몸에 식은 땀이 흘렀다. 그리고 상황 파악이 끝났다. 그래서 일단 살려달라고 빌었다.
하지만 남자의 눈은 엉뚱한 곳을 보고 있었다. 탁 풀린 동공은 채희의 얼굴을 보고 있었지만…… 초점이 묘하게 엇나갔다.
그는 지금 입을 보고 있었다. 채희의 입에서 새어나온 침, 거기에 시선이 꽂혔다. 하지만 그는 선뜻 거기에 손을 대지 않았다.
“살려줘?”
남자의 질문에 채희는 그를 보며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봐야 목이 고정되어 있어서 턱만 까딱이는 수준이었다.
그제야 남자는 채희의 간절한 눈으로 시선을 옮겼다. 하지만 그의 눈은 그녀의 바람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저…… 최후를 맞이하기 전의 동공을 확인하는 듯 했다.
“그훕…… 흐훕- 훕-”
남자의 손에 조금씩 힘이 들어갔다.
공기의 흐름을 막는다. 펄떡대는 핏줄과 꿈틀대는 근육을 짓눌러 압박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가 짓눌리며 피멍이 남았다.
채희의 입이 점점 벌어졌다. 새하얀 이와 새빨간 혀가 보였다. 그렇게까지 입을 벌렸지만 정작 들어오는 숨은 적었다. 아니, 거의 없었다.
1분 12초. 채희는 입을 벌린 상태로 오들오들 떨었다.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제 공기가 완전히 차단되어 들어오지도, 빠져나오지도 못했다.
죽는다……! 이대로는 죽는다……!
채희의 몸이 격렬하게 떨렸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온 건지 용접된 의자조차 떨릴 정도로 펄떡거렸다.
그륵- 그르륵-
그녀의 두 눈이 조금씩 뒤집어졌다. 동공이 눈꺼풀 아래로 거의 사라졌다. 그 상태로 턱을 들며 괴상한 소리를 냈다. 채희의 입에서 침이 아니라 게거품이 흘러나왔다. 침과 뒤섞인 거품이 입에서 흘러 넘쳐 남자의 손으로 흘러내렸다.
몸은 조금씩 경직됐다. 남자의 손에 닿은 부드러운 근육도 점점 딱딱해졌다. 그걸 느낀 남자는 손에 힘을 주었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힘을 주어 채희의 목을 조였다.
“가각- 각-”
그렇게 몇 마디 단말마를 낸 채희는 혀를 빼물며 고개를 늘어뜨렸다.
쪼르르-
잔뜩 경직되었다가 힘이 빠진 채희의 몸에서 오줌이 줄줄 새어나왔다. 의자 다리를 타고 흐른 소변은 샛노란 웅덩이를 만들었다.
남자는 제법 힘을 써서 그런지 땀에 흥건히 절어 있었다. 하지만 힘든 만큼 보상이 있던 건지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는 황급히 일어나 작은 병 하나를 가져왔다. 그러더니 혀를 빼물고 죽은 채희의 입에 병주둥이를 디밀었다. 그렇게 병에 침을 담은 남자는 채희의 입에 손을 꽂았다. 그리고 아직 따스하지만 엄청나게 수축되어 있는 목구멍을 후벼팠다.
털걱- 털걱-
채희는 분명 죽었지만 목젖을 눌러대며 자극하니 몸이 들썩였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눈을 까뒤집고 혀를 늘어뜨린 채희가 움찔대며 움직이니 상당히 기괴했다. 그런데도 남자는 목구멍을 후벼대고만 있었다. 그러더니 그 끝에 배어나온 침냄새를 맡고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하아…… 하아아……”
윤아는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미친놈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잠자코 있었다. 그런데 설마 다짜고짜 채희를 죽일 줄 몰랐다. 그러더니 갑자기 입에 손을 넣고 냄새를 맡질 않나,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소리를 질러 주의를 돌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 미치광이가 자신까지 해칠 거 같아서였다. 그래서 굳은 얼굴로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가장 친했고 마음이 맞았던 친구가 지금은 오줌을 지린 시체가 되어 있었다. 필라테스 강사로 성공하면 일 때려치고 주식이나 하겠다는 농담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가녀리지만 강직했던 몸이 저 형편없는 남자의 손에 사그라졌다.
“흡-”
그때 남자가 고개를 홱 돌려 눈을 마주쳤다. 윤아는 놀라서 헛숨을 들이켰다.
저 눈. 방금 사람 하나를 죽여놓고도 동요하지 않았다. 어쩌면 아직 윤아가 살아 있어서 그럴지도 몰랐다.
죽고 싶지 않다.
설마 이따위로 죽게 될 줄 몰랐다.
“살고 싶어?”
남자는 윤아의 속내를 꿰뚫어보았다. 그의 질문에 윤아의 마음이 흔들렸다.
“……살려줄 거야?”
“물론. 나랑 내기 하나만 하면 돼.”
내기?
윤아가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그의 옆으로 채희의 모습이 보였다. 혀를 빼물고 죽어있는 채희를 보는 순간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할게.”
“좋아. 나도 불합리한 걸 요구하지 않아.”
남자는 검지와 중지를 겹쳐 들어보였다.
“이걸로 네 목구멍을 후빌 거야. 5분 동안 토하는 걸 참으면 살려줄게.”
윤아는 무슨 개소리냐는 말이 턱 아래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여기서 떽떽거려봐야 저기 늘어져 있는 채희 꼴이 날 뿐이었다. 그가 정말 살려줄지 아닐지는 미지수였다. 그렇다고 해도 시간 벌기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농락당하다 죽을지도 몰랐지만 눈앞에서 생생한 고통의 현장을 보고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다.
“할게. 할 테니까……”
“좋아. 깨물면 알지?”
남자는 히죽 웃었다. 윤아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럼 시작해볼까.”
남자는 스마트폰을 들어 타이머를 맞췄다. 그리고 대강 내려둔 다음 윤아의 턱을 붙잡았다.
“크웁-”
“시- 작-”
윤아는 스마트폰을 곁눈질 했다. 타이머는 착실히 돌아가고 있었다. 속임수는 없는 듯 했으니 이제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니길 빌어야만 했다. 5분 정도야 기꺼이 버티겠단 생각으로 억지로 벌려진 입으로 손가락이 들어오는 걸 그냥 지켜보았다.
그러나 목구멍에 손가락이 들어오고나서부터 생각이 달라졌다.
“크웁?!”
윤아는 눈을 크게 뜨고 몸을 들썩였다. 목구멍에 손가락이 닿은 건데 배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 느껴졌다. 그의 냄새나는 손가락 때문에 이물감이 들었다. 그것 때문에 거부 반응이 일어나는 모양이었다.
뭐가 됐든 생각보다 괴로웠다. 손가락을 넣은지 20초도 안 됐는데 벌써부터 구토감이 밀려왔다. 뱃속이 눌리면서 입 안쪽이 경직되었다. 근육이 땡기니 그 고통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웁…… 그우욱-”
윤아는 눈을 조금씩 까뒤집으며 온몸을 떨었다. 남자의 손가락은 아직 목젖을 건드리지도 않았다. 이 말은 즉, 훨씬 괴로워질 거란 소리였다. 하지만 윤아는 땀을 한 바가지 흘리느라 그것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 산다!
반면 남자는 느긋했다. 30초도 안 돼서 꺽꺽대는 모습에 승리를 확정하는 모습이었다. 윤아는 한쪽 눈을 찡그리며 그의 표정을 똑똑히 보았다. 눈물이 점점 솟구쳐서 초점이 흐려졌지만 그의 장난스러운 얼굴을 보니 오기가 생겼다. 그래서 목 안쪽이 아프고 괴로워도 발 끝에 힘을 줘서까지 참았다.
쯔걱-
남자의 손가락이 혀뿌리와 함께 목구멍을 눌러왔다. 불행 중 다행이게도 손가락은 목젖을 피해 다른 부분만을 비벼댔다. 그렇다고 해서 구토감이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손가락이 느긋하게 목구멍을 휘저으면서 점막에 붙은 침을 전부 닦아냈다. 그 바람에 손가락에 까슬해진 표피가 딸려 움직였다. 그건 간접적으로 목젖을 자극해버렸다.
그래도 윤아는 발만 동동 구를 뿐 어떻게든 참아냈다. 얼굴이 시뻘개지고 숨을 헐떡였지만 그래도 토악질은 하지 않았다. 이것이 살기 위한 몸부림인지, 아니면 원체 잘 참는 건진 몰라도 남자조차 그녀가 독종이라 생각할 정도였다.
1분 경과.
그의 손가락이 이제는 앞뒤로 목구멍을 쑤시기 시작했다. 당연히 조금씩 목젖을 스쳐댔고 혀가 빨딱거리며 일어나거나 목구멍이 좁아지면서 반응했다.
“그욱- 그욱-!!”
윤아는 계속 숨을 삼키며 목에 힘을 주었다. 그렇게 하니 어느 정도 참을 수 있었지만 정말 미칠 거 같았다. 묶여있는 손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계속 팔을 퍼덕여도 빠지지 않아서 그를 밀쳐낼 수도 없었다.
쯔걱- 쯔걱-
“에엑-!! 에엑-! 엑!!”
입 안쪽에서 찐득한 걸 휘젓는 소리와 윤아의 괴로운 비명이 혼합되었다. 남자는 윤아가 생각보다 잘 참는 걸 보고 제법 놀란 표정을 지었다.
2분 경과.
남자는 더 이상 목구멍을 후벼대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손을 빼냈고 찐득하게 늘어져 툭툭 떨어지는 침을 보았다. 그리고 채희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 부분의 냄새를 킁킁 맡았다.
윤아는 고개를 늘어뜨리며 숨을 골랐다.
버텼다. 어떻게든 견딜 수 있었다. 슬쩍 시간을 확인해보니 2분 20초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조금만 더…… 앞으로 조금만 더…… 눈앞에서 남자가 자신의 목구멍을 후빈 손가락 냄새를 맡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으로 역겨웠지만 그녀로서는 다행이었다. 목을 쑤시지 않고 이대로 시간을 끌어주면 그녀야 좋았다.
“음, 냄새가 좀 심하네. 안되겠어. 양치질이라도 해야지.”
무슨 소리지?
윤아는 이해하지 못했다. 남자가 주머니에서 칫솔을 꺼내들기 전까지는 말이다.
설마?
남자는 손가락으로 솔을 슥슥 문질러보았다. 빳빳한 솔을 몇 번 긁어보던 남자는 음흉하게 웃었다. 그리고 윤아의 턱을 붙들고 칫솔을 세웠다.
“자, 칫솔 들어간다~”
“아…… 아……! 아……!”
윤아는 본능적으로 위험하단 걸 느꼈다. 손가락만으로도 위험한데 훨씬 단단한 칫솔이 들어오면……? 그것도 손가락보다 훨씬 길어서 어디까지 들어올지 몰랐다. 당연히 윤아는 고개를 미친 듯이 흔들었다. 하지만 남자의 손에 턱이 고정되는 바람에 칫솔을 피할 수도 없었다.
까득-
그래서 칫솔을 깨물었다. 하지만 그것도 무용지물이었다. 남자가 지렛대마냥 위아래로 칫솔을 흔들어대며 집어넣으니 이만 아프고 막지 못했다. 이빨로 막지도 못했는데 물컹한 혀는 당연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샤각- 샤각- 샤각-
남자는 혀뿌리를 칫솔로 열심히 문질러주었다. 빳빳한 솔이 비벼대는 소리가 나면서 윤아의 입이 쩍 벌려졌다. 윤아의 핏발 선 눈이 조금씩 까뒤집어졌다. 양치를 할 때 혀를 쑤시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 부분보다 훨씬 깊은 곳, 목구멍에 가까운 곳을 미친 듯이 들쑤시니 윤아의 온몸이 발작을 일으켰다.
덜컹- 덜컹-
사갹- 사갹-
윤아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계속 헛구역질을 했다. 최대한 혀를 피하려고 바닥에 착 깔아도 칫솔을 피할 수 없었다. 오히려 솔이 더욱 거칠게 안쪽을 헤집어버렸다. 그때 칫솔이 좀 더 안으로 파고 들었다.
목구멍 안쪽……!
“가악!! 아아악-!! 카학! 칵! 아악……!”
윤아는 눈에 거의 흰자만 내보인 채 펄떡였다. 혀뿌리를 닦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게다가 아슬아슬하게 목젖을 스쳐댔다. 이로 인한 조건 반사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렬했다.
하지만 남자는 그보다 더 큰 걸 준비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일부러 목젖을 건드리지 않았다. 혀를 짓누르면서 목구멍 안쪽을 솔질만 할 뿐, 막대 부분이 닿지 않게끔 해주었다. 물론 이건 배려심이 아니었다.
4분 경과. 바로 이때를 위한 것이었다.
“자, 1분 남았어. 버티라고.”
남자는 그 말과 함께 아예 목젖을 때려댔다. 그 순간 윤아의 입에서는 더 이상 어떤 소리도 나지 않았다. 목이 경직되고 온몸의 근육과 신경이 한 곳으로 쏠렸다. 입을 쩍 벌리고 혀를 빼내며 그대로 굳어졌다. 남자가 칫솔로 목구멍을 후비고 목젖을 짓누르면서 그녀의 시간만 멈춘 듯 했다.
2초…… 6초…… 12초……
시간은 흘러갔지만 윤아의 시간만큼은 흐르지 않았다. 그녀는 시뻘개진 얼굴로 몸을 앞뒤로 들썩였다. 그러다……
거어어어억-
트림 소리가 났다. 그녀의 아름다운 외견으로는 도저히 낼 수 없는 역겨운 트림이었다. 남자는 그게 배가 수축하고 위장이 짓눌리며 안의 남은 공기가 빠져나가는 거란 걸 알아챘다. 종종 이런 식으로 트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이것이…… 징조였다.
“그에에에엑!!”
한 차례 우렁찬 트림 이후에 윤아의 입에서 토사물이 뿜어졌다. 남자가 깨우기 직전에 뱃속에 많은 음식물을 욱여넣은 덕분인지 토사물의 양은 상당했다. 위액 섞인 누렇고 축축한 오물은 그대로 목구멍과 위장의 압력을 못 이겨 물총처럼 쏘아졌다.
푸다닥-
그렇게 한 차례 뿜어진 토사물 뒤로 윤아는 한 번 더 구토를 했다.
“그에엑!! 우에에에엑-!! 으에에엑-!!”
처음 뿜을 때보단 적은 양이었다. 그 후에는 맑은 침이 뚝뚝 흘러내렸지만, 그래도 윤아는 토악질을 멈추지 않았다.
“졌네?”
남자는 그렇게 한 마디 하고 채희에게 그랬던 것처럼 윤아의 다리 위에 걸터앉았다.
“정말, 아깝다.”
남자는 눈웃음 지으며 초췌해진 윤아를 향해 속삭였다.
“2초 차이로 져버렸네.”
그 순간 윤아의 뇌리에 학창 시절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를 괴롭히며 웃던 자신과 채희의 모습이 떠올랐고…… 그의 손에 목이 잡혔을 때 잠시 주마등이 스쳤다.
그를 괴롭히며 즐거워하던 건 물론, 전학을 가고 나서 모든 걸 잊고 즐거운 생활을 보내던 자신…… 의대에 합격하고 간호사로서 열심히 일을 하던 자신…… 힘들 때마다 채희와 서로를 다독이고 의지하던 자신……
그 생각이 스치는 순간 윤아의 눈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모든 오물을 게워내고 흐르는 침처럼, 그녀의 두 눈에서 맑은 눈물이 쏟아졌다.
“쟈…… 쟈모태셔……”
남자의 엄지가 목을 제대로 압박하는 바람에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일단 용서를 빌었다. 이해하든, 이해하지 않든 그가 손에 힘을 풀지 않을 거 같아서 온힘을 짜내어 말했다.
“다…… 다히흐…… 앙 그러…… 케…… 뎨…… 뎨바알…… 영셔…… 해져……”
윤아는 남은 공기를 짜내며 말했다. 그리고 서서히 공기가 부족해지고 의식이 끊어지기 직전, 남자는 손에 힘을 뺐다. 윤아는 숨통이 트이자 미친 듯이 호흡했다. 그리고 남자를 바라보았다.
“헉…… 헉…… 헉……”
“괜찮아.”
“허억…… 헉……?”
남자는 그렇게 대답하고 다시 목을 졸랐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강했다. 윤아의 얼굴이 단숨에 새빨갛게 익어가다 새파랗게 질릴 정도로 힘을 주었다. 윤아는 입에서 게거품을 물며 버둥거리다 조금씩 고개를 늘어뜨렸다.
남자는 윤아가 죽고 난 뒤에도 목조르기를 멈추지 않았다. 손 안에서 날 뛰는 그녀의 맥동이 잦아들고, 체온을 잃어가고, 근육이 단단해질 때까지 계속 목을 졸랐다. 그리고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다 못해 새파랗게 멍이 든 가녀린 목을 보았다.
“……난 이미 너희를 용서했거든.”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입가에 흐르는 침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아랫도리를 발기시킨 채 병에 침을 담고 그 현장을 정리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