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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박스보상 월야회 예고

1.


이것은 기록된 어느 날의 풍경.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XXX양.>


차갑고 삭막한 회색빛의 어느 방.


바깥의 날씨를 확인할 창문도, 현재의 시간을 알아낼 시계도 없는 편집증적일만큼 외부와 격리된 인간미가 없는 방 안.


그 방에 있는 것은 깐깐하면서도 사무적인 이미지가 너무나도 잘어울리는 사십대의 여성 사무원과 그녀가 앉은 몇가지 파일과 서류만 있는 책상 하나 그리고 맞은 편에 있는 이십대 초반의 젊은 여대생뿐이었다. 마치 장례식에 온 사람처럼 검은 색 정장을 입은 사무원은 굴곡진 왼쪽 가슴에 새빨간 명찰을 달고 있었는데 "J"라는 글자만 적혀있을 뿐 본명은 알수 없었다.


금발로 염색한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브레이디드 번으로 묶고, 지적미를 더해주는 은테의 안경을 낀 사무원은 눈앞에 마주한 젊은 여성을 향해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 드리는 세번째 권고가 마지막 최종권고입니다. XXX양. 바로 내일 있을 월야회에 참가하는 것을 지금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주최측에서 한달동안 세번씩이나 그것도 월야회 전날까지 참가에 대해서 재고하는 것을 권하는 것이 뭐하는 짓인가 우습고 이상해보이실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어디까지나 대화로 해결할수 없는 어두운 갈등을 빚는 학생들이 통제를 벗어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장소와 기회를 제공해드릴 뿐입니다. 만약 그 장소와 기회를 이용하지 않고 갈등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가장 좋은 일이기에 매번 권유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최종권고에서 대다수의 학생들이 생각을 고치고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으며, 그뒤로 사소한 문제는 있었을지언정 큰일로 발전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스윽-


그리고 여성 사무원은 맞은 편의 젊은 여성에게 피처럼 새빨간 어느 파일을 밀어서 펼쳐보여주었다. 거기에는 "월야회"가 실제로 벌어졌던 연도와 당시에 참가했던 학생들의 명부 그리고 월야회가 진행 중의 사진들이 있었다. 월야회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실제로 열린 빈도는 몇번되지 않았다. 가장 최근의 월야회도 약 12년전이 마지막이었고 바로 이전의 월야회도 무려 25년전이어서 이것을 보고 있는 여대생이 아직 이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이었다.




<......>


월야회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지금의 기준으로도 하나같이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여성들이었다. 하지만 바로 다음장을 넘기자 시커먼 어둠 속에 가려진 관객석과 그와 대비되는 환하게 조명이 집중이 된 쇠창살의 무대 안에 갇힌 그녀들의 모습은 더없이 끔찍하거나 참혹했다.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짐승우리에 갇힌 두 여성들의 몸에는 상처가 점점 늘어났고, 새하얀 바닥과 쇠창살에도 새빨간 혈흔과 누런 소변자국이 눈에 띌만큼 곳곳에 새겨져있었다.




벌어진 상처에서 흐른 피로 새빨갛거나 혹은 사타구니에서 터져나온 누런 소변으로 생긴 얼룩이 선명하게 새겨진 새하얀 무대 위.


그곳에서 사진 속에 예쁘게 웃고 있는 미녀들이 엉망진창이 되어서 뒹굴고 있었다. 자신들이 더럽힌 그 무대 위에서 주먹이나 발길질로 서로의 아름다움이나 신체를 부수고 망가트리거나 상대의 은밀한 곳에 손가락을 쑤셔넣거나 서로의 성감대를 맞부비면서 범하는 모습들은 더이상 대학을 다니는 지적인 신세대의 여성이 아닌 그야말로 사납고 발정난 한쌍의 암짐승들의 모습이었다. 그런 추악하게 변해버린 두 암짐승들이 서로 뒤엉켜서 서서히 죽이고 강간하는 사진들이 집착에 가까울만큼 매페이지마다 꼼꼼하게 도배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싸움에서 꺾여버린 패자와 상처만이 남아버린 승자의 모습이 사진이 크게 확대되어 붙어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이 사람이 월야회에 참가하기 전에 사진으로 보았던 사람과 같은 사람인지 의심이 될만큼 소름끼칠 정도로 달라진 모습이 적나라하게 사진으로 찍혀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승자인 그녀가 어떤 상처를 입었고 어떤 수술을 응급실에서 받았는지 상세하게 하나하나 섬뜩할만큼 꼼꼼히 기록되어 있었다. 그것은 패배한 암컷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상처의 상세한 내역은 물론 그녀가 왜 사망했는지에 대한 사인까지 자세하게 적혀있었다.




<어떠신가요, XXX양? 월야회의 추악한 진실과 참혹한 결말이 남긴 것들을 본 소감이? 12년전의 월야회에 주최측으로 참가했던 어느 한 학생이 남긴 말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이겨도 지옥, 져도 지옥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패배하면 비참하게 처형된다. 승리해도 씻을수 없는 상처가 몸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남는다. 이 월야회에 승리했던 여성들 중 대다수는 결국 불행한 삶을 살다가 갔습니다. 결국 그녀들이 남길수 있는 것은 승리할 당시의 기쁨과 잔혹한 기록뿐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것이 최종권고입니다, XXX양. 지금에서라도 마음을 돌리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떨까요.>


<......>


잠시간 이 폐쇄적인 방 안에 침묵이 감돈다.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여대생을 바라보는 J와 잠시간 고민을 하면서 말을 고르는 여대생. 하지만 이내 결정한 것인지 여대생은 천천히 J와 눈을 마주하고 미소를 짓는다. 그 나이대의 활발한 젊은 여대생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착 가라앉은 무겁고 서늘한 미소였다.




<선생님, 사람을 사람을 사랑하는데 이유가 없다고 하잖아요? 그러면 그 사람이 미치도록 싫어서 견딜수 없어서 내가 죽을 것만 같다면...... 그것도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스으윽-


그리고 자리에 일어난 여대생은 곧장 몸을 돌려서 지난 한달동안 얼굴을 보았던 J에게 작별을 고하였다. 오늘로써 그녀와 이렇게 단둘이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 마지막일 것이다. 하지만 사진으로 봤던 그 짐승우리 안에서 무슨 참혹한 일이 벌어지고, 그 안에서 항복도 되지 않아 어떠한 도움도 요청할수 없는 폐쇄공간인 것을 알아도 여대생은 마음을 돌릴 생각이 없었다.




<선생님, 저는 중학생 왕따였어요.>


삭막한 회색빛 문을 열고 여대생은 나가기 직전 무언가 마음이 바뀌었는지 시선은 앞의 문응 향한채 뒤에 듣고 있을 J에게 말을 꺼냈다.




<그리고 왕따가 가장 싫어하는게 뭔지 아세요? 나를 괴롭히는 가해자? 도와주지 않는 사람들? 도와주겠다고 난리치는 지인들? 아니에요. 그런건 이미 체념했기 때문에 괜찮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참고 견딜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런 저조차도 도저히 견딜수 없었던 것이 딱 하나있었어요.>


저를 내려다보는 더러운 왕따년이랍니다.




그 말을 남기고 여대생, XXX는 조용히 방안을 나가버린다.


그녀가 떠나자 남은 것은 홀로 방안에 남아 조용히 책상 위의 파일을 정리하는 사무원과 1시간 후 찾아올 또 다른 월야회의 참가자가 앉을 빈 의자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이었다.

Comments

네네 열심히 쓰겠습니다! 출근전에 마무리하다보니 조금 부족한게 많아서 다시 다듬어야겠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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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기대됩니다 기다려지네요!

Dotkori

네네 맞습니다! 제가 정말 그 작품 좋아해서 여대생 리퀘스트인지라 제 나름대로 설정 짜서 적어보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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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건 미드나이트..

af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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